부모에게 죄책감을 느끼지 마라

부모가 힘들게 살면, 자식은 일찍 철이 든다. ‘사춘기가 없이 지나간다’는 아이들은 대개 그런 환경에서 자란다.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가 너무 힘들고 괴로워하며 인생을 어떻게든 견뎌나가는 걸 보며 이렇게 생각한다. “나까지 엄마아빠를 힘들게 하면 안 되겠구나.” “내가 꼭 저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줘야지.” 투정부리고 떼 쓸 여유같은 건 아이들의 마음 속에는 애초부터 없다. 어린 아이에겐 세상 전부인 ‘부모라는 세상’이 천둥번개가 치고 쓰나미가 일어나 끝없이 위태위태하면, 아이들은 편하게 누워 투정이나 부릴 생각은 감히 꿈꾸지도 못한다. ...

절대 희생하지 마라

“삼촌(니 남편)이 얼마나 어머님을 아끼는데, 니가 안 오고 배길 수 있나 보자.” 오늘 엄마는, 큰 엄마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 아빠가 할머니를 모시는 큰아빠 큰엄마가 하는 식당일을 돕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빠는 엄마에게 직접적으로 식당일을 도우라 요청하진 않았지만, 엄마만 희생해주면 모두가 만족스러운 상황이라는 건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아빠도, 할머니도, 큰아빠도, 큰엄마도, 엄마의 희생에 대한 양심의 가책이나 미안함을 굳이 느끼지는 않았다. 아빠는 속정이 많고 자상하고 따뜻한 사람이었지만, 자기 가족일에 있어서는 자기처럼 언제나 엄마에게 양보와 희생을 바랐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희생을 강요당하는 사람은, 타인들의 눈에도 얼마든지 희생해라고 요구해도 되는 사람처럼 보이는 법이다. 그렇게 엄마는 바보같이 10년을 넘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남의 식당일을 돈도 받지 않고 매일같이 해주다가, 오늘 급기야 그런 모욕을 당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