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들의 오랜 염원

왕들의 오랜 염원 어느 시대에나, 어느 나라에서나, 어느 문화에서나, 계급이 생겨난 이래 모든 지배자들의 가장 큰 염원은 하나다. 이 지배자의 지위가 공고히 지속되는 것. 지금 누리는 이 권력과 힘이 찬탈되지 않는 것. 모든 왕정체제의 국왕들, 군사정권 시절에는 정점에 서있는 군부의 우두머리, 지금 같은 시대에는 거대한 자본을 축적한 기업과 큰 손들. 이들은 지금 자신의 지위가 영속적으로 이어져 내 자손들에게도 안전하게 계승되길 바란다. 인간사회와 문명은 단 한번도 평등하게 운영되었던 적이 없고 사실 그걸 바란 적도 없다. 가장 누구나 평등하고 대등하길 바라는 체제조차, 그 체제를 운영하는 이는 속으로는 불평등하고 차등적인 권위를 누리길 바란다. 아리송하다면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북한을 들여다봐라. 평등을 외치는 사회이념조차, 실제로 평등했던 적은 없다. ...

윤리와 도덕이라는 허상

살인범의 살인 이유 얼마 전 우연히 유튜브에서 범죄자 프로파일러를 소재로 제작한 드라마를 리뷰한 영상을 봤다. 현실고증이 잘 된 것인지를 판단할 지식이나 안목은 없지만, 그래도 감정선의 흐름이나 연출이 드라마덕후인 내 입맛에 맞아서 어쩌다보니 30분 남짓 되는 영상을 다 봤다. 보다 보니, 중간에 잔혹하게 살인을 저지른 살인범이 형사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아니.. 걔가 괜히 거기 있었어가지고.” 형사가 그 아이 잘못이라는거냐 되묻자, 범인은 당연하다는듯이 ‘걔가 괜히 거기 있는 바람에 상황이 재수가 없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태연하게 한다. ...

대화라는 이름의 허상

대화의 경험 논산훈련소에 입소하고 난 첫주차의 일이다. 분대 안에서 말다툼이 생겼다. 무서울 게 없는 20대 초반 나이의 남자아이들을 모아뒀으니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둘은 처음엔 감정이 격해져서 험악한 표정으로 서로 주먹질이라도 할 것처럼 그랬지만, 이내 서로 대화를 하며 오해를 풀고 잘 화해했다. 1번 훈련병이었던 동생이 말했다. “와, 역시 성인이니까 그래도 다르네요. 이성적으로 대화로 갈등을 해결하고 이런 거 보니까 진짜 신기하고 좋고 그러네요.” 나도 그리 생각했다. 나라고 해봤자 갓 스물두살이 되었을 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