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고 눈을 깜빡일 때의 편안함 존재방식에 대해

나는,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한다. 집을 나서기도 전부터 조금씩 체력이 쓰이기 시작하는 건 우리의 존재방식 때문이다. 끊임없이 바깥을 두리번거리는 감정과 사고의 오물거림. 늘 내 앞,옆,뒤, 심지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존재들을 의식하느라 도무지 편안히 숨돌릴 틈이 없는 우리의 마음.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고, 세상 그 어느 곳으로도 드나들며 쉼없이 내가 그들에게 받아들여질지 혹시 거부당하는 건 아닐지 고뇌하는 우리의 영혼. 이러한 사실들 때문에, 우리의 존재방식은 늘 불안하고 초조하고 위태롭다. 언제까지 늘 주위를 살피며 노심초사하는 일이 지속될까. ...

차단이 필요한 시대

아무리 생각해도 차단이 필요한 시대다. 은둔 청년이 5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대서특필하고, 전문가들이 앞다투어 걱정을 한다. 인간이 친구없이 외롭게 지내면, 빨리 늙고 빨리 병들고 우울하고 뭐 그렇단다. 무수히 많은 논문들이 그걸 증명하고 있다.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무리 생각해도 차단이 필요한 시대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늘 불안에 떠는 삶 어떤가.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00이는 나중에 커서 어떤 삶을 살고 싶어요?” 라고 물었을 때 그리 답했던가. “저는 나중에 커서 불안에 떠는 삶을 살고 싶어요!” ...

왕들의 오랜 염원

왕들의 오랜 염원 어느 시대에나, 어느 나라에서나, 어느 문화에서나, 계급이 생겨난 이래 모든 지배자들의 가장 큰 염원은 하나다. 이 지배자의 지위가 공고히 지속되는 것. 지금 누리는 이 권력과 힘이 찬탈되지 않는 것. 모든 왕정체제의 국왕들, 군사정권 시절에는 정점에 서있는 군부의 우두머리, 지금 같은 시대에는 거대한 자본을 축적한 기업과 큰 손들. 이들은 지금 자신의 지위가 영속적으로 이어져 내 자손들에게도 안전하게 계승되길 바란다. 인간사회와 문명은 단 한번도 평등하게 운영되었던 적이 없고 사실 그걸 바란 적도 없다. 가장 누구나 평등하고 대등하길 바라는 체제조차, 그 체제를 운영하는 이는 속으로는 불평등하고 차등적인 권위를 누리길 바란다. 아리송하다면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북한을 들여다봐라. 평등을 외치는 사회이념조차, 실제로 평등했던 적은 없다. ...

내가 Ai로봇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이유

AI로봇과 불쾌한 골짜기 얼마 전에 한 유튜브 영상을 보니, AI로봇 몇 대를 세워놓고 기자회견처럼 인터뷰를 하더라. 사람들이 AI로봇들에게 나중에 AI가 인간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보느냐, 물으니 그들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했다. 그걸 두고서 사람들은 댓글창에서 무언가 무섭다는 둥, AI는 역시 위험하다는 둥, 안전하다는 둥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었다.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라는 말이 있다. 로봇이나 인간이 아닌 것들이 인간과 너무 비슷해지면, 원래 인간과 유사해질수록 상승하던 호감도가 갑자기 혐오감 수준으로 확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확실히 요즘 AI에 불안함이나 묘한 불쾌감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 ...

결정장애와 자유의 역설

결정장애로 메뉴 못고르는 우리 어린 시절, 친구들이 항상 고민하던 연애고민 중 하나는 바로 메뉴선정이었다. 주말에 데이트가 있다. 연인(혹은 썸녀)에게 물어본다. 뭐먹고 싶냐고. 그런데 자꾸 옆에서 여자선배나 여사친이 그러는거다. ‘야, 그거 좀 알아서 센스있게 예약해두거나 하면 좋잖아.’ ???? 아니 뭘 먹을지 물어봐야 예약을 하지. 그거 물어보면 나도 뭘 먹을지 결정해야 되는데 부담 돼 ~ 나더러 골라라고 하면 싫어 그거. 뭐 이런 류의 대화. 중국집 가서 뭐 먹을지 고민하느라 주방에 주문 안 들어가고 있는 상황을 보자면, 뭘 먹을지 고르는 게 쉽지 않은 사안 같기도 하다. 메뉴를 줄이면 오히려 불만이 느는 게 아니라 만족도가 증가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고르기 어렵다는거다. 경제학에서는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만족도도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왜 그럴까. ...

소외감의 역학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한국인의 19%는 종종 소외감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우리가 오늘 얼굴을 마주친 5명 중 1명은 평균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며 지낸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종종 느낀다는 것일뿐, 실제로 종종은 아니어도 잊을만하면 ‘한번씩’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훨씬 많겠지. 2년반 넘게 상담수련을 할 때 만났던 내담자들 중, 소외감을 말하지 않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사실 정말 속을 터놓게 된 친구들 중에서도 소외감을 말하지 않았던 사람은 정말 소수의 몇명을 빼곤 없었다. 설문조사와 달리, 내가 보기에 압도적인 절대다수는 삶에서 소외감을 느낀다. ...

아프지 않아야 한다

건강 잃으면 다 잃는거다. 라는 말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말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마치 건강은 한 번 잃으면 절대 다시 회복할 수 없는듯한 뉘앙스를 주기 때문이다. 쉽진 않겠지만, 혹시 한동안 잃게 되더라도 다시 되찾으면 된다. 하지만, 건강이 그만큼 우리 인생에서 중요하다는 데는 동의한다. 건강하지 못해서 우리가 삶을 조각하는 데 지장을 주는 상태에서는, 모든 일들이 녹록치 않게 된다. 예를 들어, 나는 10살 때부터 안경을 쓰고 있는데 사실 이 또한 건강하지 못해 장애가 있는 것이다. 그건 실수로 안경이 부서졌을 때 내가 얼마나 발을 헛디디고 아무것도 알아보지도 읽지도 못하는지 보면 어렵지않게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게 사실 내가 내 삶을 조각하는 데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시각능력이 아니라 청각능력이 떨어져 보청기를 끼거나, 다른 장애가 있더라도 마찬가지다. 만약 이게 우리가 삶을 조각하는 일에 치명적인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그건 그저 불편한 것일 뿐이다. ...

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

영화 ‘아일랜드’를 보면, 인류는 환경오염으로 지금 우리처럼 지구에서 흙을 밟고 살지 못한다. 인류가 과학기술로 외부환경과 격리시킨 인공공간 안에서 모든 신체컨디션과 성장, 질병 등을 완벽하게 모니터링하고 체크하는 최첨단 기술환경 하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오염되지 않은 천상의 섬 ‘아일랜드’가 존재한다. 인공공간이 아닌 옛 선조들처럼 자연에 존재하는 청정구역인 그 곳에 가서 살기를 누구나 소망한다. 복권당첨을 해서 당첨이 되면, 그 사람은 그 천상의 섬, 자연에 남은 마지막 유토피아라고도 할 수 있는 아일랜드에 가서 살 수 있게 된다. ...

우리는 무얼 주고 돈을 버는가

살기 위해서,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돈을 벌어야 한다. 아마 나와 당신도 그 절대다수에 속할거고. 돈을 벌기 위해 우리는 계약을 한다. 모든 건 기브&테이크라고 했던가. 테이크는 ‘돈’인데, 그렇다면 기브는 무엇일까. 무얼 내어주고 그 대가로 돈을 버는가. 거의 모든 것들은 사실 돈을 버는 대가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돈은 세상에 있는 거의 모든 것들과 교환이 되는 녀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학에서는 화폐를 Liquidity라고 부른다.) 청소를 해주거나 상대가 갖고싶은 물건을 건네면 돈을 벌 수 있다.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줘도 되고, 좋아하는 게임을 줘도 된다. 심지어 인신매매나 매춘같은 불법행위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 또한 그러한 것들로도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

실현을 위한 준비물

실현을 위한 시간 실현을 위한 공간 충분한 신체적 자유 충분한 정신적 자유 스스로 발견한 내 삶의 의미 그리고, 생생한 최고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