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짓는 자들의 심리와 1인시대의 강림

무리짓는 자였던 시절의 추억 나는 혼자서는 화장실을 가지 못했다. 이 증상이 생긴 건, 한 11살 무렵이었다. 혼자서 화장실을…?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화장실을 가려면 내가 속한 무리가 다 모여야만 했다. 최소한 그 중 두세명이라도 모여야 했다. 혼자 가는 건, 왜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불가능한 일이었다. 등교는? 하교는? 밥 먹는 건? 당연히 그 무리가 다 모여야만 하는 일이었다. 혼자 학교를 가다니? 혼자 밥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만나서 놀고 나면, 누굴 먼저 바래다주는지, 혹은 누구 집에 가까운 지점에서 헤어지는지가 엄청난 관건이었다. 그걸로 은근히 서로 기싸움이 있기도 했다. 왜냐하면, 우리집에 가까운 곳에서 해산하는 게 곧 나의 힘과 권력을 상징했고 그래야 혼자 길을 걸어다니는 끔찍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걸로 실제로 주먹다짐을 하기도 했으니 말 다했지. ...

두려움이 동력인 사회의 만성불안장애

두려움, 우리의 동력 인간은 무엇에 의해 움직이는가. 인간을 움직이는 동력은 무엇인가. 인간을 지금까지 살아있게 한 것은 무엇일까. 한없이 나약한 인류가 그 엄청난 맹수들 사이에서 목숨을 부지해온 동력은 무엇일까. 이족보행, 높은 사회성, 고도지능의 발달 등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결국 모든 것의 뿌리를 타고 거슬러올라가면 나오는 건 하나다. 두려움. 다르게 말하면, 욕망. 욕망과 두려움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가장 태초의 형태를 이야기해보자면, 욕망은 ‘두려움을 직면하고 싶지 않은 욕망’이고 두려움은 ‘욕망을 채우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욕망이 강할수록 두려움도 강하고, 두려움이 클수록 욕망도 거대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