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짓는 자들의 심리와 1인시대의 강림

무리짓는 자였던 시절의 추억 나는 혼자서는 화장실을 가지 못했다. 이 증상이 생긴 건, 한 11살 무렵이었다. 혼자서 화장실을…?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화장실을 가려면 내가 속한 무리가 다 모여야만 했다. 최소한 그 중 두세명이라도 모여야 했다. 혼자 가는 건, 왜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불가능한 일이었다. 등교는? 하교는? 밥 먹는 건? 당연히 그 무리가 다 모여야만 하는 일이었다. 혼자 학교를 가다니? 혼자 밥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만나서 놀고 나면, 누굴 먼저 바래다주는지, 혹은 누구 집에 가까운 지점에서 헤어지는지가 엄청난 관건이었다. 그걸로 은근히 서로 기싸움이 있기도 했다. 왜냐하면, 우리집에 가까운 곳에서 해산하는 게 곧 나의 힘과 권력을 상징했고 그래야 혼자 길을 걸어다니는 끔찍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걸로 실제로 주먹다짐을 하기도 했으니 말 다했지. ...

집단이 쓰는 언어가 가지는 힘

집단의 언어와 당신의 분위기 언어다. 사용하는 언어가, 그 사람의 색깔을 자아낸다. 왜냐하면, 언어는 사고를 결정(최소한 지대한 영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집단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 그래서 어떤 무리에 속한 사람이나 오랫동안 거기에 속해있었던 사람은, 그 무리의 색깔이 묻어나게 되는 것이다. 나는 경상도에서 태어나 작은 시의 읍 밑에 있는 ‘리’에서, 즉 저기 시골 구석에서 자랐다. 이제는 서울에서 산 지 어언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생각을 하는 언어는 경상도 사투리다. 무슨 말이냐면, 마치 모국어로 생각하고 외국어로 내뱉는 것처럼 머릿속에서는 사투리가 흘러가고 이걸 도시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표준어(비스무리한 걸로) 바꿔서 뱉어낸다는 이야기다. 이러면, 생각도 표준어로 하는 사람과는 풍기는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진다. 언어는 사고를 반영하고 사고는 곧 행동으로 드러나게 마련이니까. ...

소외감의 역학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한국인의 19%는 종종 소외감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우리가 오늘 얼굴을 마주친 5명 중 1명은 평균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며 지낸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종종 느낀다는 것일뿐, 실제로 종종은 아니어도 잊을만하면 ‘한번씩’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훨씬 많겠지. 2년반 넘게 상담수련을 할 때 만났던 내담자들 중, 소외감을 말하지 않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사실 정말 속을 터놓게 된 친구들 중에서도 소외감을 말하지 않았던 사람은 정말 소수의 몇명을 빼곤 없었다. 설문조사와 달리, 내가 보기에 압도적인 절대다수는 삶에서 소외감을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