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분노가 암시하는 세가지 사실

나의 화는 몇가지를 스스로 드러내는데, 그 중 세가지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이야기해보자. 첫째, 경계의 착오 누군가 내게 상해를 입히거나 생명에 위협을 가하지 않는 이상, 일상에서의 거의 모든 화는 아직 명확히 확립되지 않은 경계선을 드러내는 표식이다. 삶은 원래 잔혹하다. 각자는 각자의 자유라 믿는 걸 행사할 뿐이다. 그 잔인하고 처연한 진실이 우리 앞에 드러나는 일은 드물지만 의외로 빈번하다. 감정이 생존을 위해 진화해왔다곤 하나, 전쟁터가 아닌 일상에서 우리에게 유익한 건 자유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지 감정이 아니다. ...

사소한 일에 자꾸 화가 나는 우리의 비밀

사소한 일들에 치이는 ‘인간적인’ 우리 자기자신이 결정한 길을 걷는 사람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에 마음을 쓰지 않는다. 자신의 하루를 완벽하게 조각하고 최고의 자기자신을 조각하는 데 여념이 없는 사람은 조각하는 일에 아무 의미를 가지지 않는 모든 일에 관심이 없다. 예를 들면, 스팸전화나 연예인 가십거리, 온갖 사람들의 뒷담화, 지하철에서 날 치고 지나가는 취객같은 거 말이다. 스팸전화에 화를 내는 사람에겐 미안하지만, 자기자신의 삶에 몰입해 최고의 나를 그리며 조각하는 삶에 그런 무가치한 것들이 개입될 여유는 없다. 자꾸 길을 가다 마주치는 도를 아십니까가 머리에 맴돌고 보일 때마다 화가 치민다면, 안타깝게도 그 사람은 자신의 삶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